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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일 일요일

리뷰 : 졸업사진/미키(1992/3/12, 칵테일소프트) -졸업사진 편-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천하는 게임입니다.



<졸업사진/미키>는 짧은 게임 두 개, <졸업사진>, <미키>의 합본입니다.
소프트웨어 자판기였던 TAKERU에서는 두 게임을 따로 판매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두 게임을 함께 판매했습니다.

같은 제목으로 JANIS사의 <졸업사진>이라는 게임이 있지만 전혀 관계없는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분기가 없는 명령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선택지가 있기는 하지만 스토리의 큰 틀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은 상당히 짧습니다.
지금에 비하면 이 시기의 게임은 대부분 분량이 적은 편이지만
졸업사진은 그 중에서도 상당히 짧습니다.
클리어하는데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게임입니다.


애초에 내용 자체도 그리 많은 소재가 아닌데,
졸업식 전날 '단 하루'를 다루고 있는 게임입니다.
타이틀 화면은 이 게임의 내용이 히로미의 회상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게임은 주인공의 시점에서 진행되지만요.



주인공은 카무라 히로미와 연인 관계였으나,
작년 여름의 사건을 계기로 서먹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서로 대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주인공은 아직도 히로미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일이 당장 졸업입니다.
주인공은 히로미에게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라도 건네기로 결심하고
히로미를 찾아 나섭니다.

이 게임은 남녀의 만남도, 연애도, 이별도 아닌
'오래 전에 이별한 커플의 마지막 마무리'를 다루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날 하루의 일뿐만이 아니라 회상장면도 중간중간에 등장합니다.
물론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둘의 사이가 서먹하게 된 계기는 주인공이 히로미와 H한 일을 하려다
히로미가 거부하고 도망친 사건입니다.
주인공은 그날의 일을 굉장히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죄책감을 담당하고 있는 유나코입니다.
활발한 성격으로, 히로미와 주인공이 헤어지자 
주인공에게 열렬히 대쉬하여 사귀게 됩니다.

유나코는 사실 주인공을 1학년 때부터 남몰래 좋아했으나 말을 꺼내지 못했고,
주인공이 히로미와 사귀게 되자
좋아한다는 고백 한마디 못 해본 게 분해서 울었다고 합니다.
주인공이 히로미와 헤어진 후,
이번에 고백하지 못 하면 평생 후회한다는 생각으로 고백해서 사귀는 데 성공합니다.

주인공이 히로미를 아직도 좋아한다는 사실도 눈치채고 있지만,
그래도 한결같이 주인공을 좋아해주는 착한 여친입니다.

게임 자체가 짧기 때문에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그 짧은 분량 속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입니다.
이 시기의 칵테일 소프트가 얼마나 캐릭터를 뽑아내는 능력이
훌륭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잘 뽑아냈기 때문에,
짧은 분량, 한정적인 묘사 속에서도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고
플레이어가 캐릭터에게 공감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 외의 서브 캐릭터들도 상당히 잘 살린 편입니다.
좌측에 있는 남녀는 남자가 홋카이도에 취직이 결정되어 헤어지게 된 커플입니다.
'딴 남자나 찾아 봐야지'하고 쿨하게 받아 들이던 여자였지만
졸업 직전이 되어 역시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오랜 친구는 부담임 여선생에게 졸업 직전에 고백하겠다고 
턱시도를 입고 새 차를 가지고 호텔까지 예약한 후, 교문앞에서 기다립니다.
정작 그 여선생은 주인공 담임 선생과 6월에 결혼한다고 합니다.
여선생은 담임 선생의 차를 타고 학교를 빠져 나갔는데,
주인공 친구는 그것도 모르고 밤까지 교문 앞에서 여선생을 기다립니다.

그 외에도 주인공과 히로미 사이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친구도 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마지막에는 주인공과 히로미, 단 둘이 만나게 됩니다.
히로미도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자신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말을 건네지 못했습니다.
히로미 역시 아직도 주인공을 좋아합니다.



하염없이 여선생을 기다리던 주인공 친구를 만나
여선생이 결혼한다는 진실을 이야기 해 주고,
차를 얻어타 주인공과 히로미는 영업이 끝난 밤의 유원지로 향합니다.
히로미는 주인공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둘은 맺어질 수 없습니다.
히로미는 졸업 후,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이 히로미를 끌어안고 키스를 한다는 선택지가 나오는데,
안 한다를 선택하면 별 거 없으니 키스를 합시다.



주인공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히로미 '시간은 단지 흐를 뿐이야'
주인공 '리얼리스트구나'
히로미 '이제... 졸업이니까...'

후반부에 나오는 수많은 명대사 중에서도 이 대사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결과적으로 주인공과 히로미는 서로 사랑하지만 맺어지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목적했던 '안녕. 건강해.'라는 작별인사를 하고,
모든 것은 마무리되죠.
졸업이라는 단어가 정말 의미심장합니다.



스토리에 H씬이 끼어들만한 장면이 없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전연령판입니다.
'사오리 사건' 이후 칵테일 소프트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고,
그 고민이 이런 스토리 위주의 게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칵테일 소프트가 왜 이런 방향으로 쭉 나가지 않았는지 안타깝군요.



어쨌든, 스토리도 훌륭하고 H씬도 없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PC엔진의 CD판 콘솔게임으로 이식됩니다.
콘솔판인데도 불구하고, 특이하게도 원작보다 더 야한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원작이 야한 장면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등급 기준을 잘 알 수 없는 게임기, PC엔진입니다.



CD게임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보이스가 들어가 있고,
중요한 장면은 미흡하나마 애니메이션으로 나옵니다.
그 외에 CG도 좀 추가되었습니다.



이 이외에도 스토리 상으로도 이것저것 변경하고, 추가했습니다.
추가된 내용이 별로 특별한 내용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군더더기 없는 명작에 군더더기를 붙인 걸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시작할 때, 주인공의 시점 외에 히로미의 시점을 선택해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큼은 호평하지만, 히로미의 심리 묘사를 좀 더 자세히 했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총평하자면, 용기는 작지만 내용물은 꽉 차있는 알찬 게임입니다.
이런 게임을 발매한 회사가 10년정도 후에
빈 깡통같은 게임만 발매하다 몰락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명작입니다. 

센티멘탈한 분위기, 그에 걸맞는 그래픽과 사운드에도,
개성을 잘 살린 캐릭터와 명대사로 도배된 스토리에도, 
지금은 애증의 대상인 그 칵테일 소프트가 이런 게임을 만들었다는 사실에도 감동했습니다.

칵테일 소프트가 별 내용없는 캐릭터 게임이나 만들 바에야
이런 짧고 강렬한 명작을 리메이크해서 부록으로라도 끼워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뭐,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요.

댓글 2개:

  1.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제가 이게임을 pc엔진 버전으로 가지고 있는데 pc엔진말고도 다른걸로 나온적이 있나요..? 있다면 차이가 클지..
    그리고 이 시리즈 흥미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장님께서 지식이 풍부한 고수님이신거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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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키요마루//

    92년에 나온 PC98과 94년에 나온 PC엔진,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PC엔진판의 특징은 추가 시나리오와 강화된 연출,
    주요장면에 보이스가 들어있는 정도입니다.

    도트 그래픽면에서 PC98판이 훌륭하다고
    PC엔진판에서 추가된 시나리오도 애매하다고 보지만
    이건 개인 취향이고 전반적으로 큰 차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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